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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뉴스① <인간의 아주 오래된 꿈, 오토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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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메시스TV 2009. 3. 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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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뉴스 연재 ① <전승일의 I Love Automata>


인간의 아주 오래된 꿈, 오토마타(Automata)

전승일 _ 독립애니메이션 감독


 

<Against the idea of the War>展 (2003_이태리 로마)



폭력에 반대하는 오토마타 예술가들


9·11사건의 배후자 색출을 명분으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시작되고, 작전명 ‘항구적 자유’라는 대테러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로마의 한 미술관에서는 캐나다 · 영국 · 일본 · 이태리 · 독일 등의 ‘오토마타(Automata)’ 예술가 16명이 참여한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Against the idea of the War>展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회는 이태리 현대오토마타박물관의 제안으로 조직되었으며, 폴 스푸너 · 피터 마키 · 아키오 니시다 · 키스 뉴스테드 등 오토마타와 키네틱아트 분야에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였다.


이 전시회에 모인 현대의 오토마타 예술가들은 위장군복으로 몸이 뒤덮인 채 날갯짓하는 비둘기, 자본주의의 병폐와 현대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노래했던 오든(W. H. Auden)의 시와 함께 오토마타로 표현한 권력자, 폭탄 속에 갇힌 상처받은 붉은 심장, 여러 개의 캠으로 작동되는 똑같은 모양의 ‘빈 라덴’들, 폭탄 위에 앉아 로데오 경기를 하는 아이 등 오토마타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미국의 대테러전쟁을 비판하며 평화를 소망하는 예술적 메시지를 전했다.


<Against the idea of the War>展의 오토마타 작품들은 아래 주소에서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www.youtube.com/watch?v=dI_7KtOOLxo

 

www.youtube.com/watch?v=9MiSLfR8SBw


 

 


자동물시계와 오토마타


‘오토마타’는 자동기계장치를 뜻하는 ‘오토마톤(Automaton)’의 복수형으로, 예술 영역에서는 보통 ‘여러 가지 기계장치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자동인형이나 조형물’을 지칭한다. 오늘날 로봇 메커니즘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오토마타가 과학의 원리와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현대에 들어서지만 기계장치 자동인형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 · 중국 북송시대 · 아랍제국시대의 오토마타 자동물시계 (왼쪽부터)



특히 오토마타의 형성과 발전은 물시계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기계장치 자동인형이 부착된 최초의 물시계는 BC 250년경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크테시비우스에 의해 만들어진 자동물시계 ‘클렙시드라’로 알려져 있다. ‘클렙시드라’는 크테시비우스 자신이 고안한 톱니바퀴와 펌프장치 등을 활용하여 기존 물시계의 단점을 보완한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기계장치에 부착된 인형이 시간을 가리키는 오토마타 자동물시계였던 것이다.


11-12세기 중국 북송시대와 아랍제국에서도 자동기계장치에 의한 오토마타 물시계가 만들어졌다. 북송시대 천문학자 소송(蘇頌)이 제작한 자동물시계 ‘수운의상대(水運儀象臺)’는 높이가 약 12m에 달하는 대규모의 시계탑으로 내부의 복잡한 기계장치와 연결되어 꼭대기의 위치한 인형들이 종과 북을 쳐서 시간을 알리는 구조였다. 또한 오늘날 기계공학의 초석을 닦은 아랍제국시대 과학자 알 자자리(Al Jazari)가 고안한 ‘코끼리 시계’를 포함한 다수의 자동시계들도 예외없이 오토마타였다. 



 

2007년 국립고궁박물관에 복원된 조선시대 자격루



우리나라의 오토마타 자동물시계는 바로 조선 세종 16년(1434년) 장영실에 의해 제작된 자동물시계 자격루(自擊漏)이다. 자격루는 자동시보장치가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오토마타 물시계로 기계장치와 연결된 12지신상 인형이 낮과 밤의 구별없이 시간을 알리도록 고안된 조선 전기의 과학기술이 집약된 첨단 발명품이었다. 



예술로서의 오토마타를 꿈꾸며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그림이나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어 움직이고자 하는 인간의 꿈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쉼없이 지속되어 왔다. 그것은 제례나 상례의 일부분이었으며, 때로는 놀이나 축제와 결합된 것이었다. 필자가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애니메이션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본 연재 <I Love Automata>는 앞으로 오토마타의 역사와 함께 키네틱아트 · 인형극 등을 포함하여 현대 오토마타 예술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살펴볼 예정이며, 필자 자신의 창작 오토마타도 선보일 계획이다. 그리고 본 연재가 아직 오토마타 작업이 제대로 시도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예술적 상상력을 불어 넣는 작은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2009_03_16 / 컬처뉴스 www.culture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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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일 _ 독립애니메이션 감독

스튜디오 미메시스(www.mimesistv.co.kr) 대표감독으로 90년대 초반부터 꾸준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고,
최근 오토마타 블로그(www.iloveautomata.com)를 개설하고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작품: <내일인간>(1994), <미메시스TV>(2000), <하늘나무>(2003), <Cold Blood>(2004), <오월상생>(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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